배재고 5·18 조롱 — 일베 문화는 어떻게 아이들의 놀이가 되었나
청룡기 조롱 구호에서 징계 감경까지 4주 — 일베식 조롱은 어떤 경로로 교실과 경기장까지 왔나.
청룡기 고교야구 경기장에서 상대 팀을 겨냥한 짧은 구호가 나왔다. 외친 당사자들은 그 몇 마디가 어떤 뒷감당으로 돌아올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배재고와 광주일고가 맞붙은 경기에서 배재고 쪽 선수들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는 구호를 외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광주일고 코치의 항의가 있고서야 제지가 이뤄졌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징계 논의가 뒤따랐다.
문제는 그 말이 어디서 왔느냐다. 탱크데이는 5월 스타벅스 이벤트 논란에서 이미 한 차례 사회적 파장을 낳은 표현이었다. 5·18 기념일에 탱크 이미지를 결합한 마케팅이 나왔고, 비판이 일자 사과와 해명이 뒤따랐다. (조선일보) 이미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당사자가 공개석상에서 사과하는 모습까지 전파를 탄 말이었다. 그런데 한 달여 뒤 그 말이 고교야구 경기장에서, 그것도 고등학생들의 입에서 다시 나왔다.
유튜브에서 이 사안을 다룬 패널들은 배재고 사건을 학생 개인 몇 명의 일탈로만 보지 않았다. 광주일고 학생들이 분노했고, 광주의 함성으로 맞섰다는 대목이 함께 언급됐다. 광주일고에는 광주학생항일운동 기념탑이 있고, 야구부가 출전 전 그곳에 인사한다는 설명도 나왔다. 같은 고교생들이 같은 경기장에 있었지만, 한쪽에서는 조롱의 구호가 나왔고 다른 쪽에서는 지역의 역사와 연결된 반응이 나왔다.
배재고 사건은 단지 "학생들이 몰랐다"로 덮어두기 어렵다. 반대로 "그 학교 전체가 그렇다"고 넓히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이다. 어떤 문화가 5·18 조롱을 장난으로 만들었고,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이들이 그 말을 경기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외치게 되었는가.
탱크데이에서 경기장까지
5월의 스타벅스 논란은 기업 이벤트였다. 5·18과 탱크 이미지를 결합한 상품·프로모션이 온라인에 노출됐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과거 SNS 행보까지 다시 소환됐다. 유튜브 시사 방송들도 이 문제를 함께 다뤘다. 한쪽은 "역사 조롱 혐오 이미지"의 문제로 다뤘고, 다른 쪽은 5·18이 이미 역사적으로 평가가 끝난 사건이라는 점과 언론·기업의 역사 감수성 문제를 짚었다.
그때 논란이 기업의 사과로만 끝났다면, 이번 배재고 사건은 그 다음 장면을 보여준다. 조롱 코드는 온라인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정치권은 "스타벅스를 마실 자유" 같은 말로 논란을 다시 포장했고, 경기장에서는 같은 코드가 응원 구호처럼 나왔다. 기업 이벤트, 정치권 발언, 학교와 스포츠 현장이 하나의 표현을 공유한 것이다.
그래서 문제는 학생 몇 명이 아니다. 더 넓게는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이동한 5·18 조롱의 경로다.
일베식 조롱과 역사 인식 문제
이 사건은 일베식 조롱 문화를 대표하는 사건이면서,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사 왜곡 문제와도 연결된다.
배재고 사건의 1차 성격은 일베식 조롱의 표출이다. 구호는 5·18 피해 지역과 광주일고를 향했고, 탱크데이라는 말은 이미 온라인 조롱 코드로 소비되던 표현이었다. 그러나 거기서 한 단계 더 올라가면 학교 문화와 역사 인식의 문제가 나온다. 방송에서는 배재고 학생회 인스타그램 계정명이 트럼프 구호를 변형한 Make Baejae Great Again이라는 점, 배재고 쪽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기리는 맥락이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리박스쿨 논란 이후에도 이승만을 미화한 교재가 이 학교 전자도서관에 네 권 남아 있었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사건 하나로 학교 전체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한 학교의 사건이 아니라, 역사 인식의 상류와 온라인 조롱의 하류가 한 장면에서 만났다는 점은 남는다. 과거사 콘텐츠가 상류라면, 극우 조직과 유튜브·커뮤니티는 중류이고, 경기장 구호와 교실의 농담은 하류다. 배재고 사건은 그 세 층을 동시에 보여준 시료에 가깝다.
7월 3일 유튜브 방송에서는 이 문제를 교육의 실패로도 짚었다. 교실에서 역사 교육과 민주 시민 교육이 작동했다면 5·18을 조롱하는 말이 그렇게 쉽게 소비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일선 교사의 인터뷰로는, 이번 사건이 놀랍지 않다는 말도 소개됐다. 방송의 진단을 그대로 받아쓰면 결론은 크다. 배재고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실 안에서 이미 익숙해진 말이 공적 경기장에서 드러난 사건이라는 것이다.
황희두가 짚은 경로
여기에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의 진단을 짧게 붙일 수 있다.
황희두는 유튜브 방송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조롱과 오래 싸워 온 인물로 소개됐다. 그는 일베식 조롱이 힙합, 게임, 웹툰, 유머, SNS, 입시 커뮤니티까지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특정 사이트의 언어가 사이트 안에만 남은 것이 아니라, 놀이와 밈의 형태로 여러 장르에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그가 특히 강조한 대목은 시작점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기 국정원 댓글공작과 온라인 공격 기법이 정치권으로 들어왔고, 그 과정에서 혐오와 조롱이 조직화됐다고 봤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노무현 조롱은 시민들의 자발적 풍자와 다르다. 국가 공권력이 개입한 집단적 공격의 흔적이 있고, 그 공격이 시간이 지나 놀이문화처럼 굳었다는 진단이다.
이 이야기를 여기서 더 확장하지는 않는다. 청년세대의 역사 인식과 온라인 조롱 문화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는 따로 다룰 만한 주제다. 여기서는 경기장에서 나온 말이 우연한 농담이 아니라, 오래 축적된 조롱 문화의 한 장면이라는 점만 짚어 둔다.
표현의 자유라는 포장
5·18 조롱이 비판받을 때마다 따라붙는 말이 있다. 표현의 자유다.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의 5.18이 성역입니까 발언도 같은 계열이다. (조선일보) 그는 결국 사퇴했지만, 이 사건은 외연 확장 논의와도 겹치므로 여기서는 깊게 다루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보호할 수 있는지, 그 결말만 본다.
김어준은 이 논점을 공동체 기준으로 봤다. 박구용은 5·18을 성역이 아니라 헌법 정신의 물질적 표현으로 봤다. 정준희 쪽 논의는 무관용과 제도적 대응의 필요성으로 연결됐다. 표현의 자유를 말하려면, 그 표현이 누구의 권리와 어떤 역사를 훼손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는 방향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5·18은 금지된 논쟁 주제가 아니었다. 학생들이 역사 토론을 한 것도 아니었다. 광주일고를 상대로 탱크와 스타벅스를 연결한 조롱 구호가 나온 것이다. 성역화하지 말라는 말은 이 차이를 흐린다. 논쟁과 조롱은 같은 것이 아니다.
사건 뒤, 어른들의 대응
| 날짜 | 일어난 일 |
|---|---|
| 2026-05 |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논란 — 비판 뒤 사과와 해명, 그러나 표현은 남았다 |
| 06-29 | 청룡기 개막전 배재고–광주일고, 더그아웃에서 조롱 구호 — 광주일고 코치 항의 뒤 제지 |
| 06-29 | 배재고 1차 사과문 — AI 작성 도구 워터마크 발견, 대필 논란 |
| 06-30 | 2차 사과문 · 총동창회 교장 사퇴 요구 — 광주일고 교장, 협회에 항의서한 직접 전달 |
| 07-01 |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출전정지 6개월 의결 |
| 07-02~03 | 사과문의 "즉시 제지" 기술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 |
| 07-06~07 | 이병태 "5·18이 성역입니까" 발언 뒤 사퇴 |
| ~07-09 | 학생·교직원·학부모, 광주일고 방문 사과 · 5·18 민주묘지 참배 |
| 07월 중순 | 배재고 민주시민교육 실시 |
| ~07-24 | 재심에서 6개월 → 1개월 감경 — 피해 당사자인 광주일고의 선처 호소가 작용 |
사건 이후의 대응도 논란이 됐다. 배재고의 1차 사과문에서는 AI 작성 도구의 워터마크가 발견됐다는 지적이 방송에서 나와 대필 논란이 붙었고, "즉시 제지했다"는 사과문 설명은 광주일고 쪽 항의 뒤에야 훈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며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출전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SBS) 학생들은 교직원·학부모와 함께 광주일고를 찾아 사과했고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그리고 재심에서 징계는 6개월에서 1개월로 줄어 다음 대회 출전이 가능해졌다. 감경에는 피해 당사자인 광주일고의 선처 호소가 크게 작용했다.
징계가 나오자 정치권이 곧바로 개입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한동훈이 스타벅스도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았는데 징계가 과도하다고 했고(중앙일보), 이준석은 철회를 요구했다(문화일보). 배재고 출신인 권영세는 동문으로서 송구하다면서도 6개월은 과하다고 했고(뉴시스), 이진숙은 학교에 응원 화환을 보냈다(조선일보). 반대편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개호가 야구부 해체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고(연합뉴스), 김준혁은 학생을 방패막이로 삼지 말라며 교장과 재단의 책임을 물었다(뉴시스). 재심의 감경은 이 압력장 안에서 나왔다.
유튜브에서 정준희는 이 빠른 수습 전체를 정면으로 짚었다. 배재고 동문들과 학부모가 "애들한테 이럴 일이냐"고 항변했다고 전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면 나올 수 없는 행동이라고 했다. 그의 기준은 사과의 속도다.
"빠른 건 진심이 아니며 느린 것이 오히려 진심인 겁니다."정준희, 정준희의 논 (2026-07-24)
잘못을 진심으로 느꼈다면 감히 피해 당사자를 만나기도, 감히 선처를 구하기도, 감히 징계 완화를 요구하기도 부끄러웠을 것이라는 말이다. 신속함의 동기에 대한 진단도 붙었다. 피해자의 마음에 공감해서가 아니라 집중 포화를 빨리 피하고 불이익을 줄이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급조된 민주시민 교육에서 학생 다수가 졸고 있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다른 결의 시선도 있다. 유튜브에서 야구 기자 박동희는 "그 아이들의 부모도 징계를 받은 겁니다"라고 했다. 십수 년 동안 아이가 프로 선수가 되기를 바라며 함께 달려온 부모들 이야기다. 아이들이 조롱을 했지만 어른들이 그 아이들을 증오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다만 그가 책임을 묻는 쪽도 어른이다. 사과문을 AI로 쓴 학교가 문제였고, 교장이 나와서 머리를 숙였어야 했다는 것이다. 학교로 배달된 근조 화환에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라며 반대했다. 광주일고 이규현 교장은 사건 직후 협회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이 지역 비하성 발언을 공개적으로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치게 놔둔 것은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생각을 합니다."이규현 광주제일고 교장, 협회 항의서한 전달 (2026-07-01)
선처를 구한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는 시선과 부모도 함께 벌을 받았다는 시선은 정반대지만, 조롱을 옹호하지 않으면서 어른의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는 같다.
남는 질문
배재고 사건은 작게 보면 고교야구 경기장에서 생긴 문제다. 그러나 그 말이 거쳐 온 경로를 보면 경기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5월의 스타벅스 이벤트, 정치권의 조롱성 발언, 노무현 조롱을 둘러싼 일베 문화, 리박스쿨과 역사교육 논란, 이병태 사퇴까지 한 줄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 사건은 처벌 여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협회 징계와 학교의 조치, 당사자들의 사과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말이 왜 장난이 되었고, 왜 어떤 학생들은 그 장난을 그대로 넘기지 않았는지까지 봐야 한다.
광주일고 학생들이 보인 반응은 그래서 중요하다. 한쪽에는 조롱을 장난으로 배운 문화가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그 장난이 무엇을 건드리는지 아는 교육과 기억이 있었다. 이 사건을 학생 개인의 일탈로만 보는 시선은 이제 드물다. 기업 이벤트와 정치권 발언, 경기장 구호까지 겹친 경로가 드러나면서, 이것이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은 이미 공유되고 있다. 남은 것은 그 다음이다.
광주일고의 마지막 선택은 선처였다. 협회에 항의서한을 직접 전달했던 학교가, 재심에서는 피해 당사자로서 선처를 호소했고 그것이 감경에 크게 작용했다. 징계가 내려지고 사과가 받아들여지는 흐름으로 보면 사건은 마무리된 모양새다. 그러나 이 선처는 끝이 아니라 숙제를 넘긴 것에 가깝다. 이규현 교장의 말대로 아이들이 그런 말을 외치게 된 것이 어른들의 잘못이라면, 처벌이 끝난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남는다. 조롱을 장난으로 배운 아이들의 역사 인식, 극우·일베식 사고방식을 우리는 무엇으로 고쳐 갈 것인가. 선처가 남긴 큰 숙제다.
참고 — 영상·기사·자료
- (영상) 홍사훈쇼 —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정필승·김규현 (2026-05-19)
- (영상) 매불쇼 — 일베식 조롱 문화, 황희두 (2026-05-21) / 정용진과 스타벅스 (2026-05-26)
- (영상) 정준희의 논 — 탱크 한 잔에 빨려든 일주일, 박현광 (2026-05-25)
- (영상)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 배재고·광주일고, 이규현 교장 육성 (2026-07-01)
- (영상)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 스포츠공장, 박동희 (2026-07-02)
- (영상)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 사과문 검증과 교육의 실패 (2026-07-03)
- (영상)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 출전정지 6개월과 표현의 자유 (2026-07-06)
- (영상)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 황희두 (2026-07-08) / 광주일고 방문 사과 (2026-07-09)
- (영상) 정준희의 논 — 사과의 속도와 재심 감경 (2026-07-24)
- 조선일보 — 정용진 탱크데이 사과를 둘러싼 공방 (2026-05)
- 아시아경제 — 이개호 "5·18 조롱한 야구부, 해체까지 검토해야" (2026-07)
- SBS — 배재고 출전정지 6개월 징계 (2026-07)
- 중앙일보 — 한동훈 "스벅도 영업정지 안 당했는데 과도" (2026-07)
- 문화일보 — 이준석 "배재고 징계 철회해야" (2026-07)
- 뉴시스 — 권영세 "동문으로서 송구, 6개월 징계는 과해" (2026-07)
- 조선일보 — 이진숙, 배재고에 응원 화환 (2026-07)
- 뉴시스 — 김준혁 "학생을 방패막이 삼지 말라" (2026-07)
- 조선일보 — 이병태 "5·18 성역인가", 최민희 "성역 맞다" (2026-07)
- 디지털타임스 — 배재고의 사과와 광주일고의 용서, 징계 재고론 (202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