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투표함, 다른 숙제 — 6·3 지방선거가 세 정당에 남긴 것
광역 12 대 4 뒤에서, 세 정당이 같은 투표함에서 받아 든 서로 다른 숙제 —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국민의힘.
6·3 지방선거의 광역단체장은 16곳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12, 국민의힘 4로 갈렸다. 같은 날 치른 국회의원 재보궐 14곳은 더불어민주당 9, 국민의힘 4, 무소속 1이었다. 숫자만 보면 한쪽으로 크게 기운 결과다.
그런데 선거 닷새 뒤 취임 1주년 회견에 선 이재명 대통령의 말은 그 숫자와 어긋났다. "그럼 이겼냐 졌냐, 그건 뭐 기준에 따라 다르죠. (…) 근데 이길 거를 졌다, 또 이겨야 되는 곳을 졌다고 하면 그 문제가 다르죠. 최소한 성공은 아니죠." 같은 자리에서 그는 결과를 "국민들의 경고"로, 원인을 "나의 부족함"으로 정리했다.
세 정당은 같은 투표함에서 서로 다른 숙제를 받아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 그릇이 되라는 숙제
2025년 3월, 이재명은 정규재와 마주 앉았다. 박근혜 탄핵에 반대하고 박근혜를 옹호하며 옥중 인터뷰까지 했던 강경보수 논객이다. 그와 진보 진영의 대선주자가 유튜브 대담에서 한 화면으로 100분을 나눴다. 진영의 벽을 생각하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장면이었고, 보수의 자리까지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로 읽혔다. 그때 더불어민주당이 향한 곳은 진영의 경계 바깥이었다.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지방선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자, 이재명은 여당과 야당이 서야 할 자리부터 갈라 답했다.
"야당은 창을 잘 써야 돼요. 잘 찔러야 돼. 그런데 여당은 그릇이 돼야 됩니다."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 (2026-06-08)
색깔도 생각도 다른 이들을 성 안으로 들여 품는 것이 집권당의 자리이고, "원래 우리 색깔은 이거야. 너 배고파서 들어왔지"라며 모욕하면 통합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쌍둥이도 다른데 다름을 강조하면 모두가 적이 된다는 것이다. 기자가 물은 것은 선거에 대한 평가였지만, 돌아온 답은 집권당 스스로를 향해 있었다. 12라는 숫자를 쥔 정당이 받아 든 것은 결과의 확인이 아니라, 그릇이 충분히 컸는가라는 숙제였다.
평택을 재보궐은 그 답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자당의 귀책으로 비게 된 자리에 더불어민주당은 김용남을 공천했고, 대부업·차명 의혹이 따라붙은 뒤에도 후보를 바꾸지 않았다. 같은 자리를 피한 쪽도 있었다. 이광재는 여론조사에서 우위였는데도 고사하며 "조국과는 검찰개혁을 함께한 사이다. 거기 출마하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진성준은 "무공천했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가 문자폭탄을 받았다. 당은 침묵했다. 유시민은 그 침묵을 정략으로 읽었다. "조국이 없었으면 김용남은 반드시 사퇴시켰을 것이다. 지금 못 하는 건 조국 때문"이라는 것이다. 안일이 아니라 계산된 침묵이라는 진단이다.
이재명은 회견에서 선거를 하늘에 제사 지내는 일에 빗대며, 온 마음을 다해야 하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했다. 선거 직후의 방송 평론에서 최민희와 김어준도 같은 곳을 짚었다. 지난 대선만큼 마음이 불타지 않았고, 마음을 다 쓰지 못했으며, 간절함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평론에서 비슷한 진단이 나란히 나왔다.
마음이 왜 흩어졌는지를 두고는 선거 바깥의 구조가 거론됐다. 홍사훈은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 두 개의 선거 — 지방선거와 8월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 — 를 한꺼번에 치렀다고 했다. 박주민은 본인의 지역 경선까지 더해 "세 개"라 받았다.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권 경쟁이 지방선거와 겹쳐 돌아가면서, 한 곳을 향해 모일 마음이 안에서 갈라졌다는 진단이다. 김어준은 그 출발점으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무산을 짚었다. 합당이 깨진 것이 "마음을 흩어놓는 출발점"이었다는 것이다.
밖에서는 다른 각도가 붙었다. 선거 직후의 한 방송 토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미 기득권으로 비치고 있다. (…) 센 정당에게 요구하는 게 많은 건 당연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두 번의 과반과 두 번의 탄핵을 거친 정당의 크기 자체가 견제 심리를 부른다는 관찰이다. 박주민·최민희 같은 당 안의 인사도, 밖의 평론가도, 회견의 대통령도 같은 곳을 가리켰다. 그릇의 크기, 통합의 폭이 다음 과제라는 것.
1년여 전 정규재와 마주 앉으며 넓혔던 그릇은, 당권 경쟁과 공천의 계산이 겹쳐 도는 사이 도로 좁아졌다 — 안의 자성과 밖의 평론을 포개면 그렇게 읽힌다.
조국혁신당 — 창도 그릇도 아닌 자리
평택을은 조국혁신당에도 가장 또렷한 사례다. 조국은 그 자리를 직접 골랐고, "국민의힘 제로"를 내걸었다. 결과는 3위 낙선이었다. 유의동(국민의힘) 34.83%, 김용남(더불어민주당) 28.77%, 조국(조국혁신당) 27.24%. 야권 두 후보의 득표를 더하면 56%로, 당선자의 34.83%를 웃돈다. "제로"를 외친 자리는 국민의힘으로 갔다.
야권이 갈렸다는 산수는 곧장 단일화라는 해법을 부른다. 그러나 그 해법 자체가 한국 선거 구조의 결함을 드러낸다. 결선투표제도 중대선거구도 없는 구조에서, 연대는 매번 누군가의 사퇴로만 성립한다. 선거 직후의 방송 토론에서 진보정당 측 출연자(한창민·김재연, 추정)는 반문했다.
"정당은 선거에 나가야지, 그게 희생하는 게 어떻게 기본값이 될 수 있습니까."진보정당 측 패널, 선거 직후 방송 토론 (2026-06-05)
한쪽에는 연대의 미담이, 다른 쪽에는 제도의 결함이 놓인다. 합당이라는 큰 그릇도, 독자 노선이라는 날카로운 창도 끝까지 쥐지 못한 자리가 평택의 결과로 남았다.
조국은 낙선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합당 논의는 무산된 채였고, 창당해 원내 제3당까지 오른 정당은 간판을 건 인물의 낙선과 함께 독자 생존의 기로에 섰다. 8월 전당대회가 첫 답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 — 지킨 거점, 돌아온 과거
국민의힘은 서울·대구·경북·경남 네 곳을 지켰다. 서울에서 오세훈이, 대구에서 추경호가, 경남에서 박완수가 당선됐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에서는 한동훈이 무소속으로 42.96%를 얻어 원내에 들어왔다. 더불어민주당 하정우(41.26%)와의 차이는 1,392표였다. 다만 그는 아직 무소속이고, 국민의힘 복당 여부는 차기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거 막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남·강원을 순회하며 지원에 나섰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세훈을 지원했다.
거점을 지킨 정당은 같은 시기에 재판과 과거를 함께 안고 있다. 대구시장 추경호는 12·3 계엄 당시 표결을 방해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서울시장 오세훈은 명태균에게서 여론조사를 받고 후원자가 대납하게 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선다. 둘 다 금고 이상이 확정되면 당선직을 잃는다.
재판이 앞날의 시험이라면, 같은 시기에 과거를 다시 평가하려는 발언도 나왔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탄핵의 정당성도 다시 평가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에게는 앞선 이력이 있다. SBS 앵커이던 2009년, 8뉴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를 보도했다 — 훗날 국정원·검찰이 흘린 조작으로 드러난 보도다. 조작으로 판명된 역사 서술에 한 번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 이번에는 확정된 탄핵의 재평가를 입에 올린 것이다. 정준희는 그 발언을 "역사 뒤집기", "얼마 되지도 않은 역사를 뒤집는 일"이라 읽었다. 앞으로의 재판과 과거의 재평가가 같은 당의 같은 시기에 나란히 놓였다.
같은 투표함, 다른 숙제
12 대 4는 분명한 우위다. 그러나 세 정당 앞에 놓인 숙제는 의석수만으로 읽히지 않는다. 같은 날, 직전까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세 곳이 국민의힘으로 바뀌었다. 울산 남구갑은 김상욱의 자리에서 김태규에게, 평택을은 이병진의 당선무효로 치러져 유의동에게, 충남 공주는 박수현의 자리에서 윤용근에게 넘어갔다.
가장 많은 의석을 쥔 정당의 대통령이 먼저 "경고"와 "부족함"을 말했고, 가장 적은 의석의 진보정당은 "희생이 왜 기본값이냐"를 물었으며, 네 곳을 지킨 정당은 재판 일정을 안고 임기를 시작한다.
참고 — 영상·기사
-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 (2026-06-08)
- 이재명·정규재 대담 (2025-03-12, 채널A 유튜브 '정치 시그널')
- 홍사훈쇼 — 곽재신 (2026-06-02) / 이광재 인터뷰 (2026-04-28)
- 홍사훈쇼 「이번 전당대회 키워드는 '연대'」 — 최강욱·박주민·장윤선 (2026-06-05)
-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2026-06-05)
- 매불쇼 「큰 숙제가 던져졌다!」 — 김종훈·전희영 (2026-06-04)
- 매불쇼 「오세훈을 선택한 이유?」 — 정준희·황희두·김원장·한창민·김재연 (2026-06-05)
- 정준희의 논 「선거 속 인연과 연결」 (2026-05-29)
- 경향신문 — 조국 당대표직 사퇴
- MBC — 부산 북구갑 재보궐 결과
- 오마이뉴스 — 한동훈 복당 관측
- 추경호·오세훈 재판 관련 보도